세 가지 보물 - 전래동화 옛날 어느 곳에 세 형제가 한집에 같이 살고 있었습니다. 늙으신 아버지가 병으로 세상을 떠나게 되었을 때 이 아 들 삼형제를 머리맡에 불러 놓고 유언을 했습니다. "내가 아무래도 더 살지 못할 것 같으니, 지금 내가 하는 말을 명심해서 내 죽은 뒤에 부디 지켜 주기 바란다. 우리 집은 이 동네에서 제일 재산이 많다마는 너희 셋이 이 재산 때문에 서로 다투는 일이 있어서는 못쓰니, 꼭 같이 나눠 가지도록 해라. 항상 재물에만 욕심을 내지 말고 부지런히 일을 해서 잘살 생각을 해야 하느니라." 이렇게 이르고 난 후 얼마 있다 아버지는 세상을 떠났습니다. 아버지의 장사를 지내고 나자, 큰 아들과 둘째 아들은 서로 의논을 하여 셋째 아들에게 몇 냥 안 되는 돈을 주고 저희들 둘이서 많은 재산을 나눠 가졌습니다. 그러고는 셋째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제부터는 아버지 유언대로 모두 제힘으로 부지런히 일해서 살아가도록 해야겠다. 너는 재산이 적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형들은 장가를 가야하니 돈이 필요해서 그렇고, 너는 아직 장가갈 때도 멀었으니 일만 부지런히 하고 아껴 쓰면, 우리 보다 더 잘살 수 있을 것이다." 욕심 많은 두 형은 이런 말로 막내에게 훈계를 하면서 많은 재산을 가지고 따로따로 살림을 났습니다. 아버지가 살아 계셨을 때는 마을에서도 제일가는 부자였건만, 두 형이 재산을 다 차지하고 나니 셋째는 가난뱅이나 다름없는 신세가 되었습니다. 셋째는 아버지의 유언을 생각했습니다. 재산은 셋이 똑같이 나눠 가지라고 하셨건만, 형들이 거의 전부를 차지했으니 어쩌는 수가 없었습니다. 게다가 형들이 장가갈 나이가 되어 그러려니....하고 원망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부지런히 일을 해서 잘살라고 하신 유언만 마음속에 깊이 새기고 지냈습니다. 동생은 가난한 살림에도 불쌍한 사람을 보면 동정하여, 양식이나 돈을 꾸어 주기도 하고 거저 나눠 주기도 했습니다. 그러노라니까 적은 재산이 불지는 않고 점점 줄어들기만 했습니다. 살림은 날로 더 가난해졌습니다. 그러나 형들은 본래 욕심이 많은 사람들이라 남에게 밥 한 끼를 주는 법이 없고, 받아들이는 데는 악착같아 날로 더 큰 부자가 되어갔습니다. 두 형은 가난뱅이가 된 막내가 한동네에 살기 때문에 남에게서 욕을 먹는다고 생각하고는 셋째에게 야단을 쳤습니다. "너는 아버지가 물려주신 재산을 다 써버리고, 게으름만 피워서 이 꼴이 되었다. 너 같은 동생이 있다는 것이 남부끄러우니 어디 든 가서 우리 눈에 보이지 않게 해라."하고는 기어이 동네에서 내쫓아 버렸습니다. 살던 마을에서 쫓겨 나온 셋째는 하는 수 없이 나그네의 길을 떠났습니다. 어디든지 살 곳을 찾아 정처없이 다니는데 하루는 시냇가에서 쉬고 있노라니까, 한 늙은 중이 걸음도 걷지 못하는 몸으로 무 거운 짐을 들고 냇물을 건너려고 했습니다. 셋째는 그 늙은 중의 짐을 들어 주고 물결이 센 시내를 건네 주었습니다. 중은 몹시 기운이 없어 보였습니다. 그래서 중이 가는 절까지 손을 잡아 모셔다 주었습니다. "고맙소, 젊은이. 참 고맙소." 중은 몇 번이나 치사의 말을 했습니다. 셋째는 절간 안을 두루 돌아보았습니다. 그 절간은 늙은 중이 혼자 있는 곳이었습니다. 밥을 지어 주는 사람도 없었습니다. "스님, 혼자서 어떻게 지내시렵니까? 나이 많으신 몸으로 밥도 짓고 빨래도 하시려면 너무 고단하실 텐데.... 제가 곁에서 일을 도와 드릴까요? 저는 갈 곳도 없는 사람이니까, 스님이 허락만 하시면 여기서 묵을 수 있습니다." 셋째는 그 중이 가엾어 이렇게 말해 보았습니다. "고맙소. 정 갈 데가 없는 나그네라면 내 곁에 있어 주시오." 중이 반가워하며 승낙해 주었습니다. 셋째는 그날부터 절간에서 늙은 중을 도와 일을 하며 지냈습니다. 밥도 짓고 빨래도 하고 절간 청소까지 부지런히 했습니다. 이렇게 몇 달을 지냈습니다. 셋째는 고향을 떠나 혼자 돌아다니는 것이 몹시 외로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고향에는 아는 사람들도 많고, 그보다도 두 형이 있다고 생각 하니 어서 고향에 돌아가서 살고만 싶었습니다. '형들이 나를 쫓아낸 것도 내가 살림을 잘 못해서 그랬을 것이다. 좀더 부지런히 일을 해서 나도 동네 사람들이 흉보지 않을 만큼 되면 그만이 아닐까?' 이런 생각을 하면 할수록 어서 고향에 가보고 싶어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 하루는 늙은 중에게 그 뜻을 말했더니, "그동안 고생을 많이 했는데 선물이나 받아 가지고 가오."하며 세 가지 물건을 내주었습니다. 선물로 준 세 가지 물건은 짚방석과 표주박과 젓가락 하나였습니다. 셋째는 그 세 가지 선물을 받아 들고 중을 하직하고 절간을 나왔습니다. 몇 달 동안 늙은 중을 도와 부지런히 일을 해준 셋째는 세 가지 선물을 싸가지고 산을 내려와 하루 종일을 걸어오는 중에 해가 저물었습니다. 사람 사는 마을도 없는 벌판이었습니다. 주막집이 없으므로 하는 수 없이 들판에서 중이 준 짚방석을 깔고 하룻밤을 자기로 했습니다. 새벽에 우연히 잠이 깬 셋째는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틀림없이 들판에서 잤는데, 어쩐 일인지 으리으리하게 큰 집의 넓은 방 부드러운 요이불 속에 제 몸이 들어 있는 것입니다. 꿈이나 아닌가 하고 눈을 비비고 보아도 틀림없는 방이요 이불이었습니다. 셋째는 일어나 앉아서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영문을 알 수가 없었 습니다. 그러다가 문득 생각난 것이 스님이 선물로 준 물건이었습니다. 들판 땅바닥에 깔고 잔 짚방석은 요 밑에 있었습니다. 어쩌면 스님이 준 이 짚방석이 예사 물건이 아니어서, 이런 집에 자게 해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났습니다. 스님이 일부러 준 선물이니 예사 짚방석이나 표주박이나 젓가락은 아니었을 것 같았습니다. 셋째는 스님이 준 표주박을 꺼내어 기울여 보았습니다. 그러자 이건 또 웬일입니까! 표주박에서 맛나 보이는 음식이 마구 쏟아져 나옵니다. 저녁도 못 먹은 셋째는 마침 시장한 판에 잘됐다 하고, 밥과 고기를 배부르게 먹었습니다. 이번에는 스님이 준 젓가락을 가만히 두들겨 보았습니다. 그랬더니 아! 이번엔 더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어디서 나타났는지 모를 예쁜 젊은 여자들이 생글생글 웃는 얼굴로 셋째 앞에 나타나서 공손히 인사들을 합니다. "오랫동안 고생을 많이 하셨다기에 오늘은 위로를 해드리려고 왔 습니다. 저희들의 노래와 춤을 구경해 주세요." 여자들은 아름다운 목청으로 노래를 부르며 너울너울 예쁜 춤을 추었습니다. 그뿐이 아니었습니다. 남자도 여러 사람 나타나서 집안일을 척척 해주었습니다. 표주박에서는 셋째가 바라는 것, 소용되는 것이면 무엇이나 다 나오므로 셋째는 금세 부자가 되었습니다. 셋째는 형들이 마을에서 내쫓은 것도 제가 너무 가난하게 살기 때문에 그랬으니, 이제 부자가 된 것을 보면 반가워하리라는 생각에 어서 형들이 있는 곳으로 가서 형들을 기쁘게 해주고 싶었습니다. 그래 고향으로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자, 이번에는 가마가 대문 밖에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셋째는 많은 하인들을 거느리고 고향으로 돌아갔습니다. 가마 뒤에는 뒤따르는 남녀들의 행렬이 꼭 임금의 행차 때와 같아 보였습니다. 이렇게 굉장한 행렬을 보면 형들이 못마땅해 할 터이므로 셋째는 고향에 들어서자 화려한 옷을 벗고 전에 입고 다니던 거지옷 같은 헌 옷으로 갈아입었습니다. 그러고는 가마에서 내려 혼자 형제들의 집으로 갔습니다. 반가이 맞아 줄 줄 알았던 형들은 동생을 보자 마치 미친개가 돌아온 것처럼 쌀쌀하게 대해 주었습니다. "형님 저도 인제 가난하지 않게 살 수 있습니다. 아무래도 딴 곳에서 살기는 싫고 형님들 있는 곳에서 살고 싶어서 돌아왔습니다." 셋째가 이런 말을 하자 형들은 얼굴을 돌리고 "가까이 살아서 좋을 건 뭐냐? 아버지 유언대로 부지런히 일해서 제힘으로 살아야 할 것이지, 형의 힘을 믿고 사는 건 거지들의 마음보란 말이다."하며 방에 들어오란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동생은 섭섭한 마음으로 형의 집에서 나왔습니다. 고향이 그립던 마음도 사라졌습니다. 그러나 이미 저녁때가 다 되었습니다. 그래 당장 돌아갈 곳도 없어, 내 건너편까지 나와서 짚방석을 깔고 자기로 했습니다. 짚방석을 깔고 자는 동안에 이번에도 고래등 같은 훌륭한 집이 지어져서 셋째는 그 집 깨끗한 방안에 누워 있었습니다. 이튿날 아침 형들이밖에 나와 보니 내 건너 언덕에 굉장히 큰집이 서 있 으므로 "저게 웬 집인가? 어제까지도 없던 집이 밤새 저렇게 지어질 수가 있단 말인가?"하고 내를 건너 그 집앞으로 가보았습니다. 형들은 대문간에 가서 문지기에게 이게 대체 누구네 집인가 물어 보았습니다. 문지기의 말을 들어보니, 그건 틀림없는 막내동생의 집이라 크게 놀라며 한편 부러운 생각에 염치없이 동생을 부르며 들어갔습니다. "동생! 네 재주가 무슨 재주기에, 밤새 이런 대궐같은 집을 다 지었나? 어디 구경이나 하자꾸나." "네, 형님들 어서 들어오십시오." 셋째는 형들을 방으로 모셨습니다. 그러고는 아침 밥상에 술까지 올려 대접을 극진히 했습니다. "그래, 동생은 무슨 술법이라도 배워온건가? 어찌된 내력인지 한번 이야기 해보게나." 형들이 재우쳐 물었습니다. 동생은 아버지의 유산에서 나눠 받은 재산을 불쌍한 사람을 볼때마다 나눠주어 가난뱅이가 된 일과, 그후 형들이 시키는 대로 고향을 떠나 정처없이 돌아다니다가, 어떤 곳에서 늙은 중을 만나 몇 달 동안 시중을 들어준 이야기를 하고, 그 중이 선물로 준 물건이 이상한 보물이여서 이렇게 잘살게 되었다고 모조리 말해 주었습니다. 큰형과 둘째형은 화려한 집과 굉장히 많은 세간과 많은 하인들을 둘러보며, 저희들의 꼴이 아주 보잘 것 없는 걸 깨닫고 집에 돌아와서 서로 의논을 했습니다. "셋째가 부자가 된 건 아마도 재물에 욕심이 없고, 불쌍한 사람에게 동정하여 재물을 나눠준 때문에 그런 모양이니, 우리도 그렇게 해서 그 세 가지 보물을 얻어 오기로 하세." 큰형이 둘째에게 이런말을 했습니다. 그러니까 둘째는, "형님 말이 옳소. 그 중이 있다는 절만 찾아가면 될거요. 몇달 동안 우리도 고생 좀 하면 큰부자가 될테니, 당장 그 절을 알아 가지고 떠나기로 합시다."하고 맞장구를 쳤습니다. 두형은 그날부터 인심이 좋은 사람인 척 하고, 가난하고 불쌍한 사람들에게 양식과 돈을 나눠 주고는 늙은 중이 있는 절을 찾아갔습니다. 동생이 가르쳐 준대로 먼길을 걸어 절을 찾아내었습니다. 인제 부자가 될 세 가지 보물을 얻게 되나 보다 하고 절간에 들어가니, 늙은 중은 보이지 않고 절은 텅텅 비어있었습니다. 두형은 사람도 없는 빈 절간에서 며칠을 기다려 보았지만 늙은 중은 영 오지 않았습니다. 사람없는 빈 절이라 먹을 것도 없었습니다. 하릴없이 되돌아온 두형은 재산은 이미 남들에게 나눠 주었으므로 거지나 다름없는 신세가 되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셋째는 원래 마음이 착한 사람이어서 두형을 불러들여 아무 불편 없이 지내도록 도와 주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