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우와 직녀 - 전래동화 하늘 나라를 다스리는 임금은 딸 하나를 두었는데, 얼굴이 예쁜데다 맘씨가 곱고 또 무척 영리했습니다. 유달리 베를 잘 짜서 이름을 직녀(베 짜는 여자)라 했습니다. 직녀가 짜는 베는 다른 이가 짠 베보다도 곱고 튼튼했습니다. 이렇게 솜씨 좋고 예쁜 딸을 둔 임금이 직녀를 사랑했을 건 말할 나위도 없습니다. 나이가 차서 시집을 보낼 때가 되자, 임금은 좋은 신랑을 구하기 위해 나라 안은 물론 멀리 다른 별나라에까지 널리 사윗감을 찾아보았습니다. 그러다 찾은 이가 견우(소를 끄는 사람이란 뜻)라는 젊은이였습니다. 견우는 어렸을 때부터 소를 좋아하여 늘 소를 몰고 다녔습니다. 그래서 그를 견우라 불렀던 것입니다. 하늘 나라 임금은 사위를 얻은 것을 대단히 기뻐하여 두 젊은이를 결혼시킨 후에는 대궐 안에 가까이 두고 귀여워해 주었습니다. 한편 견우와 직녀는 서로 마음이 맞아 즐거운 세월을 보냈습니다. 그러나 저희들도 모르는 가운데 아버지인 임금의 눈에 거슬리는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나이 많은 임금은 특히 견우의 하는 짓이 점점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소를 몰고는 대궐 안의 꽃밭을 함부로 밟고 다니는 것도 그렇고, 베 짜는 직녀를 데리고 놀러만 다니는 것도 못마땅했습니다. 아버지의 말을 잘 듣던 딸 직녀도 사위의 본을 따서 인제는 아버지의 말도 잘 듣지 아니하고 견우가 하자는 대로만 따랐습니다. 하루는 임금이 견우와 직녀에게 무슨 일을 시켰는데도 하라고 한 일은 하지 않고, 두 사람은 소를 타고 즐기며 놀기만 했습니다. 이 광경을 본 임금은 그만 불같이 노했습니다. 신하들을 시켜 견우와 직녀를 불러들인 다음 엄하게 명령하였습니다. "견우와 직녀는 지금부터 이 대궐에서 나가 내 눈에 보이지 말아라. 너희들은 내 말을 순종하지 않을 뿐 아니라 날로 점잖지 못한 행실만 하니, 이는 모두 두 사람이 같이 있기 때문이니라. 너희들을 위해서라도 이제부터는 서로 떨어져 살며 마음을 고치도록 해야겠으니, 견우는 동쪽으로 직녀는 서쪽으로 헤어져 있도록 하라." "아버지, 저희들은 서로 떨어져 살 수는 없습니다. 널리 용서하시고 귀양을 가더라도 같이 가게 해주십시오."하고 견우와 직녀가 아무리 애걸을 해도 소용이 없었습니다. 그날로 견우는 머나먼 동쪽 하늘로, 직녀는 서쪽 하늘로 귀양을 갔습니다. 두 사람을 귀양 보낼 때 임금은 단 한 가지, 1년에 한 번씩 7월 칠석날 밤에는 은하수를 사이에 두고 강가에서 서로 바라보는 것만을 허락해 주었습니다. 귀양을 간 견우와 직녀는 아득히 먼 동쪽과 서쪽 하늘가에서 서로 보고 싶어 애태우며 눈물로 세월을 보냈습니다. 소 등에 직녀를 태우고 꽃핀 들길을 다니며 놀던 일, 향기로운 바람결 속에서 직녀와 즐거운 이야기를 속삭이던 일, 달빛 맑은 강 언덕을 직녀의 손을 잡고 거닐던 일, 이런 즐겁던 일들을 생각하며 견우는 먼 하늘 저편을 향해 날마다 한숨을 쉬었습니다. 숨막힐 만큼 사랑해 주던 견우를 생각하는 직녀에게는, 견우와 지낸 낮과 밤이 그리워서 지금의 귀양살이는 꼭 지옥살이나 다름 없다고 생각되었습니다. 그래도 1년에 단 한 번, 음력 7월 7일에는 은하수 강언덕에서 마주 건너다볼 수 있다는 것이 그나마의 희망이어서 빨리 그날이 다가오기만 기다렸습니다. 외롭고 괴로운 세월을 보내다가 이윽고 7월이 가까워 왔습니다. 견우와 직녀는 머나먼 동쪽과 서쪽에서 은하수를 향해 길을 떠났습니다. 1년 동안이나 서로 보지 못한 터라 만나면 얼마나 반가우랴.... 그동안 그리워하던 이야기도 실컷 할 수 있으리라.... 이런 생각을 하며 먼 길을 다리 아픈 줄도 모르고 걸었습니다. 이윽고 은하수가 가까워 왔습니다. 은하수에는 훤하게 빛나는 은빛 물이 길게 굽이쳐 흐르고 있었습니다. 견우와 직녀는 강 언덕에 이르러 그 은하수가 너무나 넓은 강이라는 걸 알고 크게 낙심을 했습니다. 은하수에 가면 서로 이야기도 하게 될 줄 알았는데, 정작 와보니 강이 넓어 언덕 사이가 굉장히 멀었습니다. 견우와 직녀는 강물 건너 얼굴은 볼 수 있었지만, 오랫동안 가슴에 가득 차 있던 이야기 같은 건 도무지 할 수가 없었습니다. 물론 은하수에는 다리 같은 것도 없고 나룻배도 없습니다. 큰 강물을 사이에 두고 견우와 직녀는 안타까이 눈물만 흘렸습니다. 1년에 단 하루, 간신히 만나 보는 두 사람이 서로 손을 잡아 보지도 못하고, 그토록 하고 싶던 이야기도 같이 하지 못하니, 이 얼마나 딱한 일입니까!